"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고 하였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이는 고려말의 유학자 우탁이 지은 탄로가(歎老歌) 시조이다. 노화에 의해 두발이 희게 변하는 현상(senile graying of human hair)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은 백발을 `흘러간 청춘`의 상징으로 여기고 탄식하는가 하면, 지혜의 상징으로 치부하면서 자위(自慰)하기도 하였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백발이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ROS가 모낭의 멜라닌생성세포를 자멸사(아폽토시스)시키거나 그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백발을 초래하는 주범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까지 백발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분자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FASEB Journal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모낭의 노화에 의해 과산화수소가 대량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멜라닌의 정상적 합성과정을 차단하여 백발을 초래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규명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in vivo에서 FT-라만분광법(FT-Raman spectroscopy)을 이용하여 인간의 흰 머리칼에 밀리몰 수준의 과산화수소가 축적된 것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더욱이 연구진은 면역형광법(immunofluorescence)과 웨스턴블롯(Western blot)을 이용하여 카탈라아제(catalase)와 「메티오닌설폭사이드 환원효소 A, B」(MSR A, B: methionine sulfoxide reductase)의 발현감소가 「메티오닌설폭사이드(Met-S=O) 회복기능」(methionine sulfoxide repair) 상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카탈라아제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함으로써 산화스트레스를 막아 주고, MSR은 메티오닌의 산화물인 Met-S=O를 메티오닌으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첨부그림 참조)]

설상가상으로 고농도의 과산화수소와 저농도의 MSR A, B는 모낭에서 멜라닌의 생성을 담당하는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FT-라만분광법과, 컴퓨터시뮬레이션과, 효소역동학(enzyme kinetics)을 이용하여 티로시나제의 활성부위에 존재하는 374번 메티오닌의 잔기에서 Met-S=O가 형성되면, 티로시나제의 기능이 저해되어 두발이 점진적으로 탈색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주목할만한 것은 in vitro에서 메티오닌의 산화가 L-메티오닌에 의해 예방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과산화수소에 의해 매개되는 산화스트레스가 인간의 모낭(hair follicle)과 모간(hair shaft)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 노인성 백발의 핵심"이라는 오래된 가설을 처음으로 입증하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산화스트레스는 단지 모낭의 멜라닌생성세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MSR의 회복 메커니즘을 둔화시키는 작용을 둔화시키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백발은 많은 노인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염색약의 등장으로 인하여 자연에 가까운 두발을 간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궁극적으로 천연두발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염색약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연구는 백발화과정을 지연시키거나 역전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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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컴퓨터와의 얄팍한 관계 속에서 느낀바 있어 이제 진짜 블로거로써도 한번 살아보고 싶은 네오 하지만 딱히 글쓰는 재주는 없고 그렇다고 박학다식하지도 않으며, 또 주관이 뚜렷한 것도 아니라서 줄 곧 불펌 나르기만 해왔기에..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나마 전공이지 않을까 전공으로 뭐 하나 해 볼 순 없을까 결국 얄팍한 지식의 깊이도 들어나겠지만.. 한번 건들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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