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현재, 20년 ‘뚝심’ 열매 맺다(1억5000만원)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이 휴대용 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휴대전화로 대화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는 모습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콘센트나 전깃줄의 굴레에서 이 기기들을 해방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여기서 눈에 단연 띄는 ‘공신(功臣)’이 2차 전지다. 충전을 반복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휴대용 기기에 전기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2차 전지 연구를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조병원 박사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2차 전지 수요가 이토록 늘어날 것을 어떻게 예견했습니까?”

과거 한국 산업기술계에서 2차 전지는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주제였다. 일단 2차 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용 기기 자체가 한국에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외국의 동향은 달랐다. 관련 학회가 열릴 때마다 해외 학자들은 2차 전지 연구를 대거 쏟아냈다.

조 박사는 궁금했다. 외국의 동향을 검토한 결과 2차 전지 연구가 세계를 휩쓸 휴대용 전자기기 폭증 현상의 전조라는 사실을 알았다. 외국에서도 휴대용 기기가 별로 보급돼 있지 않았지만 그들은 앞서 기반을 닦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뭔가를 해야 했다. 그는 인조 흑연을 쓰는 기존 2차 전지의 극(極) 소재를 천연 흑연으로 바꿔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실천에 옮겼다.

앞으로 몇 년 뒤 새 소재로 만든 극을 단 2차 전지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전기를 주된 동력으로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과정에서 생긴 기술료 수입이 조 박사를 억대 연봉 과학자로 만들었다.

○ 2000년, “이 방향이 맞나” 중간 점검(5800만원)

예나 지금이나 연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꼼꼼히 그려 놓은 연구 일정표다. 그 다음으로 자신이 가던 길에서 정기적으로 멈춰 뒤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 보통 같은 주제로 5∼6년 정도 연구하고 나면 성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감이 오기 때문이다. 길이 맞으면 계속 걸으면 되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야 한다. 계획 수립과 정기 점검을 반복하는 이 자세가 당시 미지의 과제에 가까웠던 2차 전지 연구에서 큰 몫을 했다.

조 박사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이 연구 저 연구 전전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연구비를 주는 곳의 입맛에 맞게 허둥지둥 탐구 주제를 바꾸는 태도로는 꼼꼼한 계획을 세우거나 차분한 반성을 할 수 없다. 당연히 좋은 성과를 내기도 힘들어진다.

○ 1982년, 꿈 키울 수 있는 둥지에 몸 담다(1000만원)

2차 전지 연구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재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역할이 컸다. 연구자가 연구 용역을 따기 위해 직접 뛰어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하거나 원천적인 가치를 지닌 기술이 개발될 수 있었다.

앞으로 2차 전지가 자동차에 본격 장착되면 관련 시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조 박사는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데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의 고삐를 조일 생각이다.

[2008년 10월 10일]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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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컴퓨터와의 얄팍한 관계 속에서 느낀바 있어 이제 진짜 블로거로써도 한번 살아보고 싶은 네오 하지만 딱히 글쓰는 재주는 없고 그렇다고 박학다식하지도 않으며, 또 주관이 뚜렷한 것도 아니라서 줄 곧 불펌 나르기만 해왔기에..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나마 전공이지 않을까 전공으로 뭐 하나 해 볼 순 없을까 결국 얄팍한 지식의 깊이도 들어나겠지만.. 한번 건들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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